기밀사항

수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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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간호사님들의 혈압/체온 측정, 피검사용 채혈, 피주머니 비우기,  욱씬거리는 상처부위때문에 눌러대는 진통제 콕콕으로 

잠을 설쳤는지 이상한 경험을 했다.

아무리 복강경이라지만, 그래도 살을 째는 수술이기에 아픈걸 알아서 마약성 진통제를 신청해놨는데.

밤새 콕콕 쑤실때마다 눌러대서였을까?

누가 나를

(젊은 여자 목소리로) 슬기야!!

하고 부르는게 아닌가? 

그래서..

어?! 

하면서 번쩍 깼는데 

지금 내가 입원한 병실에는 젊은 여자가 없다.

그때부터 잠을 잘 못자고 계속 잠들다 깨다를 반복하고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세상에 눈을 뜨고 보니 손에 이런게..?

아니 이거..

카운터의 증표인.. 손끝 점..?

나 설마.. 카운터가 된걸까?

나는 소문이가 아니고 슬기인디..

 

진통제를 너무 많이 누른 탓이 아닌가 하고,

덕방김에게 물어봤다.

"이거 혹시 환청도 들리니?" 하니 

선화는 가위눌린거 아니냐고 하고

덕방김은 심신미약이냐고 놀리기만 했다.

사실 점은 내가 그린것이고.

날 불러서 깬것까지만 사실이다...ㅋㅋ 

근데 너무.. 너무 실감나게 나를 불렀다고~!

 

행복한 아침식사.

금식이 풀렸다.

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어제 그렇게 마시고 싶었던 물은

막상 마실 수 있게 되니 그냥 차분하게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담당 교수님이 오셨다.

"지난 번 수술을 누가 하셨는지는 몰라도, 너무 깨끗하게 잘 해주셔서

유착도 없고 ,이번 수술도 아주 잘 됐습니다."

 

사실 지난번 수술도 배재만교수님이 하셨다.

이것이 바로 아재개그? 

근데 뒤돌면 생각나서 웃기고 웃기고 웃기다. 

진지하게 생기셨는데 그러니까 더 웃겨 ㅠㅠ 웃으면 배땡기는데

 

금식이 풀렸으니, 사랑하는 과채주스를 마시고! 귤도 먹었다!

조금 기다리니 소변줄도 제거할 수 있게 되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자 복도를 왔다갔다 걸어다녔다.

엄마는 내가 혼자 거동하는걸 보시고는 이모집에 갔다.

서준(조카)이가 보고싶다며 부리나케 가는 엄마..ㅋㅋ

금방 돌아온 점심시간.

하루정도 공복이었어서 그런지 밥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다 먹었다.

 

너무 피곤이 몰려와서 

다시 한숨 좀 자고 일어났고..

복도 걷기도 많이 하고 돌아왔다.

이제 좀 쉬고자 과채주스를 꺼내서 마시려는 찰나,

옆자리 파워회복러 아주머니.

나랑 비슷하게 수술을 하셨던 것 같은데,

소변줄도 먼저 다 제거하고, 압박스타킹도 벗어던지고, 

쿨하게 복도를 뛰다시피 걸어다니신다.

 

엄마가 귤을 주셨는데 드릴건 없고, 탄산수 마시냐며 주셨다.

탄산수 너무 좋아해요 ^^ 했더니 드세용~ 하고 가시는 쿨녀

 

 

이제 저녁시간까지 움직이면서 열심히 걸어야지.

내일은 오전 퇴원예정이다.

내일 오후부터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해서, 오전에 얼른 퇴원수속을 밟고, 부지런히 광주로 내려가야 한다.

나. 운전 잘 하고 갈 수 있겠지?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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